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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가장 아름다운 시절과의 이별

by random_things 2022. 5. 13.

영화 "화양연화" 포스터
영화 "화양연화" 포스터

화양연화,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화양연화"는 흔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행복한 시절을 일컫습니다. 최근에는 이 사자성어가 그룹 방탄소년단의 앨범 주제로도 쓰여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양연화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꽃 화", "모양 양", 그리고 "해 연" 및 "빛날 화"입니다. 즉, 화양연화는 "꽃 모양의, 빛나는 때"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두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됩니다. 여자 주인공인 소려진(장만옥)과 그녀의 남편은 1962년에 홍콩의 어느 한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주모운(양조위)과 그의 아내도 이사를 오게 됩니다. 소려진의 남편은 사업상의 이유로 해외로의 출장이 잦았습니다. 또 주모운의 아내 또한 호텔에서 일하면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결국 소려진과 주모운은 배우자 없이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많았고, 이들은 국수가게로 가는 길목에서 자꾸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사이는 점차 나빠집니다. 소려진의 남편은 점점 더 긴 출장을 가게 되면서 부부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주모운 역시도 아내와 계속 사이가 나빠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소려진과 주모운은 그들이 각자의 남편, 아내와 같은 넥타이, 같은 가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들의 배우자들이 사실은 자신들 몰래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이 둘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동질감, 연민 등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 주모운은 무협지 집필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의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마침 소려진은 평소에 무협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에 주모운은 소려진을 만나 책 집필에 대한 도움을 받기 시작하고, 이들의 만남이 잦아집니다. 둘은 호텔의 같은 호실에서 매일 만나 함께 소설을 쓰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들은 만나는 동안 점차 가까워졌고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더 깊은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애를 씁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점차 깊어만 갑니다. 이들은 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미리 연습하는 이별 

  그러나 이들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둘의 달라짐을 주변에서 눈치채기 시작했습니다. 집주인이었던 손 부인은 소려진이 매일 늦게 들어오자 그녀에게 경고의 말을 합니다. 또 주모운이 소려진의 회사에 전화를 걸면서, 그녀의 직장 상사도 그녀를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서로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비록 그들의 배우자들이 먼저 자신들을 배신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옳지 못한 관계를 가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서로를 떠나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후 주모운은 싱가폴로 떠나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는 떠나기 전 소려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둘은 이별 예행연습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살면서 이별을 미리 연습하는 경우는 처음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보통의 연애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따라서 우리들 중에 이렇게 애절한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이들의 사랑은 잘못된 관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배우자들 사례가 있기 때문에 면죄부가 주어지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자신들의 도덕심 때문에 커져가는 마음을 억지로 억누릅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별을 연습하며 자신들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들키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남녀가 어찌할 수 없는 자신들의 감정을 억누르고 억눌러 봤지만, 그럼에도 툭툭 터져 나오는 그 애틋한 감정이 제게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에는 이런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의 저는 어차피 상대방을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더 이상 마음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 자신의 마음, 그리고 상대의 마음 둘 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지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점차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이후 소려진은 주모운을 잊지 못해 그를 찾아옵니다. 주모운 역시도 집에 그녀가 들렀다 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사실을 알아도 만나지 않습니다. 이후 1966년, 주모운은 자신과 그녀가 살았던 집에 들리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이 세 들어 살던 고씨나, 이웃 손 부인네 가족도 이미 이사를 간 상태입니다. 이렇게 그는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화양연화 시절도 지나갔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캄보디아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자신이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비밀을 앙코르와트에 털어놓고 옵니다. 결국 이들은 연습까지 해가며 이별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별하지 못한 채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홍콩 로맨스 영화의 정점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그 당시 홍콩이란 배경과 이 시대의 영화 느낌, 분위기를 잘 묘사한 영화이기 때문에 애절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분들이더라도 이 영화를 보며 흥미로우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는 이 영화를 정말 추천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화양연화의 시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의 우리 인생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날들이 모두가 화양연화이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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